10년 전에 쓴 시집 "인형을 향하여"를 다시 정리하겠다고 네이버 블러그를 만들고 정리하다 저작권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온 후 이 글만 달랑 남기고 블러그를 끝내버린 그런 비운을 간직한 글이다. 이 글을 꺼내는데 2년하고도 반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세월은 빠르고 삶은 덧없어 보이는 것 이런 때문인가? 또 하나 가슴을 휑하니 쓸고 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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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을 향하여를 시집으로 묶은 것이 94년이니까. 벌써 10년이나 되었다. 질풍 노도와 같은 젊은 날에 대한 나의 어설픈 은유적 드라마를 시작한 것은 아마도 좀더 오래 전의 일이리라.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용기가 있어 그런 글을 엮었나 생각하면서도 그 날들이 한없이 소중해지는 것은 왜일까?

어설프고, 아프고, 그리고 시집을 읽어 갈 때 쯤 어쩌면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는 감정에 빠져 한숨을 후우 내 쉬며 눈물 조금 글썽일 수 있는 글이 있었다는 것. 잃어 버린 어린 시절의 일기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잊혀졌던 그 때의 일들이 마치 눈에 보이듯 휑하니 스쳐가는 그런 낮가지러움 속에서 느끼는 조그마한 행복감. 인형을 향하여는 언제나 내게 부끄러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주는 양날같은 시집이다.

아마도 세월이 지나 많은 이들과 나누기에는 동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고, 또 이 글들을 쓸 때부터 느끼던 내면의 불안함은 근원적인 부담거리다. 하지만 어느 시인이 내게 말했다.  이 시집은 내 몸을 활활 태우며 불 속을 들어가 그 불을 뚥고 나왔던 내 내면의 독백인 것 같다고. 그 시인을 통해 나는 그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그러한 깨우침에 나는 감사한다.

내 기억 속에서 더 잊혀지기 전에 그리고 단 하나 남은 프린트 본을 그나마 조금 더 길게 남길 욕심으로 이제 나는 잊었던 옛 글들을 한줄씩 다시 적어 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 습작 노트를 꽉 채우던 나에게 다시 옮겨 쓴다는 행위는 참으로 지겹고도 힘든 수련이었다. 그러나 그 수련을 통해서 나는 이전에 써 두었던 이야기들의 허술한 논리와 그릇된 표현들과 잘못 전달되었던 수 많은 오류를 고치면서 많은 교훈과 함께 표현을 정연하게 하는 방법을 익히는 은혜를 입을 수 있었다.

이번에 다시 시집 인형을 향하여를 옮겨 적으면서 다시 그런 은혜를 입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때의 생각, 그때의 질풍 노도와 같았던 감정들, 부끄러움 때문에 은유로 숨기고 얽어 놓았던 그 이야기들을 좀더 가까이 느끼고 싶을 따름이다.

이제 나는 폭풍같았던 시절보다 더 성장했고, 그 때의 숨겼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는 믿음이 생겼다.

2004/08/11 19:54 네이버 블러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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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끝이란 알 수 없다.
그러나
무언가를 향해
허우적거린다는 것은
늘 기분 좋은
노릇이다.
불완전한 자신을
게걸스럽게도
끝내
완성시켜 놓으려는
염원이기도 하기에……

                                                                                                                                                                                         


그동안 엮었던 몇 개의 모음집 가운데 유독 이 묶음만은 나에게 많은 아픔과 근심을 동반하게 합니다. 그것은 이 시집이 지니는 불완전성과 나의 애착 사이에 기인하는 괴리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내 문학적 한계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힘을 주었으며 아직도 나를 눈물짓게 만드는 유일한 시로서의 이 작품을 허우적 거리며 새롭게 눈을 뜨려는 염원으로 내 벗들에게 열어 보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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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 1994 by 윤태근
All rights reserved.
First Edition Printed in Korea.

인형을 향하여
윤태근 연작 시집

윤태근 - 단기 4325년 초 글 쓰다. 한동안 은둔隱遁에 묻어두었으나 친구 결혼을 핑계로 꺾었던 붓 풀고 다시 정리하다. 감정 다스리지 못하는 게으름으로 우여곡절 끝에 단기 4327년 5월 두번째 탈고 끝내다. 단기 4327년 6월 초순 모든 작업 마치다.

본문 편집 - 윤태근
표지디자인 - 신은숙
제작 - 권오영
본문 편집 - 한글과컴퓨터의 한글 2.1, 한글 2.5 Beta 2 사용
표지 디자인 - CorelDRAW! 4.0, XPRESS 2.4 사용

이 책에 쓰인 글 · 독특한 요소에 대한 모든 권리 글쓴이에게 있고 무단 도용, 무단 사용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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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도 같은 삶을 이마에 싣는다.
다하지 못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열글고
잔주름 하나에 엮었던 나의 전설
깎아 놓았던 목각 인형처럼
자취를 하나둘 소중하게 남기련다
정령 뜻 있는 한 귀절을 벽에 걸쳐놓으련다

이제 떠나야 하기에
지뢰밭을 지나듯 조심스럽게 지켜 온 삶의 발자국들 위에
옛 시절을 회상해도 좋을 어린 날이여

가야 한다
내 쉬인 숨 들이마신숨마저 정처 없어
다시 부활할 그 무덤으로

또 이 날이 생각나려나
눈물 흘리려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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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대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언제 돌아갈지

슬픔은 진정되었으나
물어야 할 것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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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오름, xdg]


사실,
직선은 곧지 않다
원은 둥글어 보일 뿐이다
마음을 전한다 해도 진실은 왜곡되기 마련

그대로 남아 있지 마라
미혹되지 마라
곧바로 믿지 마라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라

은유는 존재하되 직유는 반역이다

단지,
표면을 들어낼 뿐이다
빙산의 일각이 들추어져
감추어진 모든 비밀을 열게 할 뿐이다

이 또한 조금만 시선이 흔들리어도
흔적 없이 부서질 것
뛰쳐나갈 별지別地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손가락질로 고독을 가두어 버릴
굴레인 질서

눈으로 보지 마라
귀로 듣지 마라

갈라지고 솟아오르는 땅의 눈으로 바라보라
산정과 가까워질수록 온몸을 깜싸 안는
구름의 귀로 들어보라

그리고,
동공을 통해 흘러드는 빛
그 빛 안으로 들어서라
쓰르라미 고막을 통해 스며 오는 소리
그 정제된 파장의 왜곡된 소음을 추스리라

마음이 열리는 가슴으로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눈 감으면 떠오르는
함께 있는 혼자만의 너를 느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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