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며
- 작성일 2007/01/23 12:52
- 종류 [시집] 인형을 향하여/'인형'의 서문
10년 전에 쓴 시집 "인형을 향하여"를 다시 정리하겠다고 네이버 블러그를 만들고 정리하다 저작권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온 후 이 글만 달랑 남기고 블러그를 끝내버린 그런 비운을 간직한 글이다. 이 글을 꺼내는데 2년하고도 반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세월은 빠르고 삶은 덧없어 보이는 것 이런 때문인가? 또 하나 가슴을 휑하니 쓸고 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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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을 향하여를 시집으로 묶은 것이 94년이니까. 벌써 10년이나 되었다. 질풍 노도와 같은 젊은 날에 대한 나의 어설픈 은유적 드라마를 시작한 것은 아마도 좀더 오래 전의 일이리라.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용기가 있어 그런 글을 엮었나 생각하면서도 그 날들이 한없이 소중해지는 것은 왜일까?
어설프고, 아프고, 그리고 시집을 읽어 갈 때 쯤 어쩌면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는 감정에 빠져 한숨을 후우 내 쉬며 눈물 조금 글썽일 수 있는 글이 있었다는 것. 잃어 버린 어린 시절의 일기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잊혀졌던 그 때의 일들이 마치 눈에 보이듯 휑하니 스쳐가는 그런 낮가지러움 속에서 느끼는 조그마한 행복감. 인형을 향하여는 언제나 내게 부끄러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주는 양날같은 시집이다.
아마도 세월이 지나 많은 이들과 나누기에는 동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고, 또 이 글들을 쓸 때부터 느끼던 내면의 불안함은 근원적인 부담거리다. 하지만 어느 시인이 내게 말했다. 이 시집은 내 몸을 활활 태우며 불 속을 들어가 그 불을 뚥고 나왔던 내 내면의 독백인 것 같다고. 그 시인을 통해 나는 그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그러한 깨우침에 나는 감사한다.
내 기억 속에서 더 잊혀지기 전에 그리고 단 하나 남은 프린트 본을 그나마 조금 더 길게 남길 욕심으로 이제 나는 잊었던 옛 글들을 한줄씩 다시 적어 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 습작 노트를 꽉 채우던 나에게 다시 옮겨 쓴다는 행위는 참으로 지겹고도 힘든 수련이었다. 그러나 그 수련을 통해서 나는 이전에 써 두었던 이야기들의 허술한 논리와 그릇된 표현들과 잘못 전달되었던 수 많은 오류를 고치면서 많은 교훈과 함께 표현을 정연하게 하는 방법을 익히는 은혜를 입을 수 있었다.
이번에 다시 시집 인형을 향하여를 옮겨 적으면서 다시 그런 은혜를 입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때의 생각, 그때의 질풍 노도와 같았던 감정들, 부끄러움 때문에 은유로 숨기고 얽어 놓았던 그 이야기들을 좀더 가까이 느끼고 싶을 따름이다.
이제 나는 폭풍같았던 시절보다 더 성장했고, 그 때의 숨겼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는 믿음이 생겼다.
2004/08/11 19:54 네이버 블러그에서
_ [오름, xdg]










